
어릴 적부터 나는 유난히 이야기에 약했다. 만화책, 동화책, 소설, 심지어 뒷담화까지. 누군가가 “있잖아, 사실은…”이라고 말을 꺼내는 순간, 나는 이미 현실보다 진실한 무언가에 빠져들었다.
어느 날 친구가 말했다. “넌 이상하게 가짜 이야기를 더 믿는 것 같아.”
정확히 맞았다. 현실은 늘 뒤늦게 설명하고, 상상은 먼저 다가왔다.
대학교 시절, 철학 수업에서 들은 말이 있다. “신화는 진실이 아니지만 진리를 담고 있다.” 그 말이 이후로 나를 자꾸만 창작 쪽으로 끌어당겼다. 상상으로 만들어낸 인물이나 장면이 실제 삶에서 느낀 감정보다 더 선명하게 남는 순간이 있으니까.
현실의 장면이 너무 무겁거나, 지나치게 구체적이면 오히려 그 감정은 미끄러져버린다. 그런데 상상은 그 모서리를 부드럽게 감싸 안는다. 예를 들어 ‘길을 잃은 신이 우연히 지구에 떨어졌다’는 이야기는, 실은 내 삶에서 무언가 방향을 잃은 시기를 가장 잘 설명해줬다.
나는 종종 밤마다 ‘이야기의 뼈대’를 그린다. 그것은 꼭 소설이 아닐 수도 있고, 에세이라 부르기에도 애매할 수 있다. 하지만 내가 직접 경험한 감정과, 그 감정이 만든 세계를 조심스럽게 끼워 맞추는 작업이다.
그 과정을 타인과 나누고 싶다는 마음이 자주 들었다. 완성된 이야기가 아니어도 좋다. 시작만 던져놓고, 끝은 독자가 상상하게 두는 것도 괜찮다.
창작은 혼자서 하는 일이지만, 감정은 늘 누군가를 향해 있다. 이 사이트를 만들게 된 건, 그 방향을 조금 더 구체화하고 싶어서였다. 감성적인 에세이와 허구적인 설정이 뒤섞인 공간. 어쩌면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이야기들을 모아두는 서랍.
나는 진실을 말하진 않지만, 진심은 숨기지 않는다. 그리고 가끔은, 그게 더 많은 것을 전하기도 한다.